[수도권I] "포기 모른 선생님 덕분에 장애 딛고 취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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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광군과 임군의 고교시절 담임교사였던 신락희선생님이 성남방송고 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정리하고 있다. /최영호 객원기자 yhpress@chosun.com |
[성남방송高 사서보조원, 뇌병변장애 1급 임금광군]
출생때 무호흡으로 뇌손상… 중학까지 특수교육 못 받아
고교담임 도움으로 IT공부, 전국·道 대회 잇달아 수상
진학·취업실패 좌절딛고 세차례 도전만에 취업성공
"모두가 안된다고 했지만, 저보다 저를 더 생각해 주신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일할 수 있게 됐습니다."
뇌병변장애 1급인 임금광(19)군은 지난 2월 성남 방송고교를 졸업했지만, 장애 때문에 대학 진학과 취업 모두 어려움을 겪었다. 지원했던 대학에 낙방하고, 원서를 냈던 기관에서도 탈락 통보를 받은 뒤 임군은 집에 틀어박혀 희망을 잃어갔다. 임군의 고교 2~3학년 때 담임교사였던 신락희(54)씨는 이런 제자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그를 학교로 불렀다. 신씨의 도움으로 임군은 지난 3월부터 교사들의 수업준비와 장애를 가진 후배들의 학교 생활을 돕는 일을 해왔다. 그 사이 신씨는 4개월여간 임군을 취업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그리고 임군은 3번의 취업 실패 끝에 지난 2일부터 모교인 성남방송고에서 사서보조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태어나 얻은 장애…
임군은 태어나는 순간 무호흡 증세로 죽음의 위기를 겪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불과 1분도 안되는 찰라의 순간 때문에 그는 뇌손상을 입고 장애인이 됐다. 뇌병변장애에도 불구하고 그는 특수교육을 받지 못했고, 일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치면서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렸다. 그의 목소리는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어눌했고, 입에선 침이 흘렀다. 친구들은 그의 몸짓과 말투를 흉내내며 놀려댔다. 그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너무 힘들었다"며 "중학교 때 기억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다행히 고교는 특수교육반이 있는 성남방송고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학교 때까지의 끔찍했던 기억 때문에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2학년 때 처음 그의 담임이 된 신락희씨는 그를 '꼴통'이란 단어로 설명했다.
신씨는 "금광이가 일반 초·중학교를 다니느라 제대로 된 특수교육을 받지 못해 기초수업을 따라가지 못했다"며 "조금만 야단치면 소리를 지르고, 화장실 변기를 부수는 등 감정 조절도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임군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임군은 오랜 좌절감 때문에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임군의 부모 역시 "취업이든 공부든 필요없다"며 아들에게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신씨는 임군이 지적장애인과 달리 충분한 지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몸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임군에게는 IT 쪽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신씨는 방학을 이용해 파워포인트와 엑셀, 워드프로세서 등을 배우게 했다. 임군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IT분야의 꿈을 키워나갔다.
선생님의 노력은 결국 결실을 맺었다. 임군은 지난 2010년 4월 KT에서 주최하는 '경기도 장애인 IT페스티벌'에서 장려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장애인 정보화 경진대회'와 '경기도 특수학교 학생 정보경진대회' '전국 특수학교 학생 정보경진대회' 등에서 연이어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포기하지 않은 선생님
연이은 수상으로 자신감을 갖고 고교를 졸업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어눌한 말투에 면접 도중 침을 흘리고, 손까지 떠는 그를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수상 경력을 바탕으로 지원한 대학 역시 기초학력 부족으로 낙방했다. 특히, 국가기록원의 장애인채용 전형에서 탈락한 것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 사이 함께 졸업한 특수교육반 친구 8명은 모두 제조업체 등에 취업했다.
담임교사 신씨는 "금광이의 수상경력이면 충분히 취업이 가능할 것으로 믿었는데, 장애인을 우대하는 국가기록원조차 받아주지 않자 아이가 희망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신씨는 이런 임군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지난 3월부터 학교로 나와 교사와 학생들을 돕게 했다. 보수도 없는 봉사활동이었지만, 교통비까지 주며 자신을 이끌어주는 선생님을 보고 임군은 다시 한번 힘을 얻었다.
임군은 경기도교육청 직업전환교육센터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취업성공패키지', 고용노동부의 지원고용 프로그램 등 3단계의 취업과정을 거쳐 마침내 지난 2일 모교인 성남방송고 사서보조원으로 채용됐다. 신씨는 대출·반납 등에서 컴퓨터 작업이 필요하고, 지적능력도 요구되는 도서관 사서보조업무가 임군에게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학교측과 경기도교육청에 설명했다. 제자에 대한 교사의 굳은 믿음이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임군은 "매일 버스를 타고 다시 20분을 걸어서 학교에 오지만, 이제 학생이 아닌 직원으로 일하게 돼 행복하다"고 했다.
[양희동 기자 easts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