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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복지뉴스 ‘제25회 장애인고용 인식개선 작품공모’ 수상작 소개-⑤
2016-04-15 09: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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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부문 우수 ‘도전 뒤에 오는 또 다른 도전’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매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고용 인식개선 작품현상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제25회를 맞은 올해의 공모전 주제는 ‘함께 일하는 행복한 일터’로, 부문별로 에세이, 인쇄매체디자인, 사진 등 총 28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에 본지는 부문별로 총 7회에 걸쳐 작품을 소개한다. 다섯번째는 에세이 부문 우수작이다.


도전 뒤에 오는 또 다른 도전

역동적이고 리듬감이 넘치는 소리가 들린다.
“음~파! 음~파!”
혹은 거친 숨소리도 들린다.
“헉! 헉!”
때론 엇 박 나는 소리도 들린다.
“어푸! 어푸!”
전혀 어울리지 않은 소리들은 오케스트라의 하모니처럼 사방으로 울려 퍼진다. 바쁘게 움직이는 손과 발은 넘실거리는 파란 물결을 만든다. 그 물결은 금세 충돌하더니 새하얀 거품을 만들어 낸다. 잔잔한 물결은 보이지 않는다. 성난 파도처럼 넘실대는 물결이 가득한 이곳은 수영장이다.

“킥! 킥! 무릎 펴고 더 빨리!”
“선생님 너무 힘들어요.”
“몇 바퀴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까지 파이팅! 자~ 출발!”
“ ...”
“ 출발 안하세요? 그럼 한 바퀴 더 추가하겠습니다.”
" 아녜요. 출발할게요.“

이곳에서 나는 회원들을 매섭게 몰아붙이는 카리스마 있는 수영 지도자로 일하고 있다. 총 6개의 레인이 있는 수영장은 입문-초급-중급-상급-연수반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이중 나는 혹독한 훈련으로 정평이 있는 연수반을 담당하고 있다. 연수반을 담당하기 까지 아니, 수영 지도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어른이 시작되는 2004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대학생이라는 자유로운 신분을 가졌다. 잔뜩 기대하고 있던 캠퍼스의 낭만을 맛보기도 전에 선배의 꼬드김으로 따라간 수영 동아리는 나에게 ‘한번 해볼까?’란 호기심과 ‘내가 할 수 있을까?’란 두려움을 불러 일으켰다.

나는 물을 좋아하지만 20년 동안 제대로 된 수영을 해본 적이 없다. 무더운 여름이면 친구와 함께 냇가에 가서 물장구만 치는 정도였지 물에 둥둥 떠서 헤엄을 칠 줄 몰랐다.

나는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이다. 세상의 모든 소리는 보청기에 의지하여 듣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듣지는 못하지만 말을 할 수 있다. 조금은 어눌한 발음이지만 말이다. 수영장에 들어가게 되면 보청기를 빼야했는데 그땐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나의 장애로 인해 남들과 똑같이 수영을 배우진 못해도 제대로 배울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이 생겼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기우에 불과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영 배우기로 결심을 하고, 수영 동아리에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경기대학교 새내기 김재민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처음 자기 소개하는 자리에서 나는 나에 대한 모든 것을 공개했다.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착용하였고, 만약 수영을 배우게 된다면 보청기를 빼야하는데 그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오로지 입모양으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말이다.

나의 솔직한 자기소개에 선배들은 뜨거운 박수와 함께 환영했다. 나와 무려 8살 차이가 나는 동아리의 최고참 선배가 오더니 내 어깨를 토닥이며 응원했다.

“청각장애가 있다고 했지? 걱정 말아. 여기 있는 선배들이 너의 장애를 고려해서 수영을 잘 가르쳐 줄 거야. 그러니까 열심히 배워.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고.”

무섭고 멀게만 느껴졌던 선배가 친근하게 다가와 다정하게 대했다. 지나친 관심과 친절이 부담이 되어 ‘새내기라서 반짝 관심에 그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시작한 수영은 나의 혼을 쪽 빼놓았다. 길을 가다가 눈이 부신 아름다운 여인을 본 듯 나는 수영에 홀려 버렸다.

코끝까지 진하게 전해지는 락스 냄새에 온 몸이 짜릿했고, 퍼즐처럼 엮어 있는 타일 바닥을 바라보면 눈이 즐거웠다. 넘실거리는 파란물결은 나를 물속으로 들어오라고 유혹했다. 그 유혹에 못 이긴 척 수영장에 입수하는 순간 차디찬 물이 피부에 닿으면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로 몸을 벌벌 떨었다. 추웠다. 하지만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는 발차기를 시작 하면 몸은 금세 따뜻해졌다. 수영장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나의 눈과 코와 피부를 감동 시켰다. 비록 귀를 감동시키지 못했지만 그건 아무렇지 않았다.

선배들은 나의 핸디캡을 고려하여 입모양을 크게 하였다. 말보단 시범을 많이 보였다. 예를 들어 자유형 팔 동작을 할 때에는 몸소 시범을 보이면서 구분 동작으로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팔꿈치 각도, 팔의 위치, 시선, 심지어 손가락 모양까지 세심하게 지도하였다, 연습할 때에는 내 옆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잘못 되고 엉성한 자세가 나올 때마다 나의 등을 때렸다. 반응하는 나를 일으키어 그 자리에서 자세를 수정해주었다. 내가 듣지 못하니 알아챌 수 있게 해야 했다. 그것이 나의 등짝을 때리는 거였고 덕분에 연습 때마다 나의 등은 시뻘건 색으로 도배되었다. 아프지 않았다. 연습이 끝난 후 따뜻한 물로 샤워했을 때 등이 따갑기는 했지만 말이다.

선배들은 나와 이야기할 때에 입모양도 크게 했지만 제스처도 많이 취했다. 손과 발, 얼굴표정, 온몸의 관절이라는 관절을 다 움직여서 나와 대화하였다. 덕분에 완벽하진 않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비록 들리진 않았지만 선배들의 배려와 가르침 덕분에 눈으로 보고 배우는 일이 즐거웠다.

동아리에 들어가 수영을 배운 뒤로부터 나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매일 수영장으로 갔다. 그리고 연습했다. 선배들이 수영장에 나오지 않으면 혼자 연습했다. 선배들이 가르쳐준 동작들을 머릿속으로 되 내이면서 말이다.

한 학기가 끝나갈 무렵쯤 꾸준한 수영 연습을 한 덕분에 나의 실력은 일취월장해졌다. 나보다 먼저 시작한 선배들보다 빨랐고, 같이 배운 동기들보단 월등했으며 동아리 내에서 체력이 제일 뛰어난 회원으로 성장하였다. 이런 나의 모습을 선배들과 동기들이 인정했다. 단지 좋아서 한 수영인데 이렇게 타인들로부터 인정받게 될 줄 몰랐다.

여전히 수영을 연습하던 어느 날. 나를 가르친 선배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이제 수영도 할 만큼 하니까 자격증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때?”
선배의 제안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격증이요? 무슨 자격증이요?”
“음..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수상인명구조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생활체육지도자야. 둘 다 수영과 관련된 자격증인데 수상인명 구조원은 말 그대로 수상환경에서 사람을 구하는 자격증이고, 생활체육지도자는 다른 사람에게 수영을 가르칠 수 있는 국가공인 자격이야. 이 두 개만 있으면 수영장이든 바다든 물과 관련 된 곳이라면 어디든지 사람을 구하고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거지. 나도 아직 없지만 준비해서 올해 도전해보려고 하는데 같이 해볼래?”

귀가 솔깃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선배 제안을 바로 수락하였고, 여름방학이 시작될 즈음 선배와 나는 매일 수영장에서 코피 터지는 연습을 시작하였다. 우선 수상인명 구조원을 따고 그 뒤로 생활체육지도자를 따기로 계획하였다.

일주일을 매일 2시간씩 연습한 덕분에 수상 인명 구조원 실기에 합격하였고, 연수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같이 한 선배는 갈비뼈 부상으로 연수를 받기 직전에 중도 탈락하였다. 결국 혼자 남게 되었다. 혼자였다. 길가에 버려진 아이가 되었다. 내 옆을 든든히 지켜주던 선배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두려웠다. 연수 날이 다가올수록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겹겹이 쌓여갔다.

‘그냥 포기하고 다음 기회에 선배랑 다시 도전해야겠다.’라고 마음을 잡을 무렵 선배에게서 문자 한통이 왔다.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나 없다고 포기하지 말고, 내 몫까지 열심히 해서 연수를 통과해서 최종합격하길 응원한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나의 마음을 꿰뚫어 본 선배의 문자를 받고 용기를 내어 나 홀로 묵묵히 연수를 받기로 결심했다.

수상 인명구조원은 말 그대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전문가이다. 자칫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취득조건이 까다롭다. 연수에 앞서 교육 담당자한테 나의 불편을 밝힐까 생각도 했지만, 이내 접었다. 나로 인해 다른 분들이 피해를 볼까 걱정되기도 했고, 다른 무엇도 아닌 생명을 구하는 일을 배우는데 나의 불편함을 앞세운 편의를 제공받기가 솔직한 표현으로 싫었다.

모든 교육은 수영장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론보다는 실전이 많았다. 소리를 듣지 못해 눈치껏 따라했고,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남들보다 부지런해 졌다. 담당 강사님이 헤드업 헤드업(head up) 인명구조 영법 중 하나로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어 시야를 확보하여 하는 자유형.
왕복 열 바퀴를 지시하면 무작정 따라하다가 주변 사람들이 자세를 풀고 쉬는 모습이 보일 때에야 연습을 멈췄다. 당시 같이 연습에 임했던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과묵한 열혈 연수생으로 비춰졌으리라. 그렇게 연습량이 조금 더 많았던 덕으로, 연수를 통과하고 최종 시험에 합격하여 당당하게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그리고 곧 바로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준비하였다. 이 시험은 일 년에 한번 시행하는 국가공인 지도자 자격증으로 취득 조건이 수상인명구조원보다 더 까다로웠다. 1차에서 모든 영법을 마스터해야하고 자세와 기록 그리고 구술면접을 통과하고 난 뒤에야 연수를 받았는데 실기 연수가 아닌 이론 연수였다.

연수 이수 후 필기시험으로 최종합격이 판가름 났다. 수영장에서 매일 연습하고, 수상인명구조원 에 합격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으므로 컨디션과 체력이 최고조였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다 못해 우주로 날아갈 듯 했다. 하지만 자만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하던 대로 시험에 임한 덕분에 무난하게 1차 시험에 합격하였고, 연수 이수 후 필기시험을 통과하여 최종합격하였다. 드디어 국가에서 공인 받은 지도자가 된 셈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자격증만 따면 끝난 줄 알았던 도전 뒤에는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봄이 세 번 변할 즈음 나는 졸업반 되었다. 그 무렵 나도 남들처럼 취업에 대해 고민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수영을 좋아했고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서 수영 지도자로 취업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쉽지만은 않았다. 남들과 동등하게 자격증을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채용해 주는 곳이 없었다. 발음이 어눌하다는 이유로, 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낙엽이 무수히 떨어지듯 면접에서 떨어졌다. 처음에는 화가 났다. 하지만 금세 이해가 되었다. 같은 조건이라면 나보단 다른 사람들을 채용할 것이라고. ‘이 길이 내가 가는 길이 맞나?’ 라는 생각과 동시에 무력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가 있으랴. 포기하지 않았다. 면접을 수십 번 떨어지고 나서야 겨우 한군데에 합격했다. 문자로 출근을 통보 받았을 때의 기쁨은 짜릿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이제는 배우는 입장에서 가르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듣지 못하는 내가 수영장에서 비장애인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감춰야하나. 청각장애임을 밝히면 회원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고민을 거듭한 끝에 수영을 처음 배울 때의 상황처럼 내 모든 것을 보여주기로 했다.
수영 강습 첫날 회원들에게 청각장애임을 밝혔고, 딱 한 가지만 부탁했다. 질문을 하거나 대화를 할 때는 나와 얼굴을 마주 보고 입모양을 크게 해달라고 말이다.

내 선입견인지는 모르겠으나, 처음 회원들은 그런 나를 못 미더워 하거나, 반신반의 했다. 그래서 나는 설명보다는 몸으로 수영을 보였다. 나의 수영 실력을 본 회원들은 그제야 인정을 했다. 이후 회원들을 성심성의껏 지도했다. 알기 쉽게 몸으로 가르쳤다. 선배들이 나를 가르쳐 준 것처럼 똑같이 말이다. 선배들이 나를 가르친 방식은 비장애인들도 좋아했다. 말 보단 몸으로 가르쳤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웠다. 덕분에 회원들도 나를 ‘코치님’이라 불러주며 인정해주었다.

그렇게 강습을 진행하고 무렵, 회식자리에서 한 회원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청각장애인은 말도 못하고, 수화만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선생님 보니까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 많이 미안하고 고마워요. 그리고 평소에 장애인은 도움을 받아야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우리가 선생님한테 도움과 가르침을 받고 있잖아요. 선생님을 보면서 많은걸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선생님도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노력을 하는데 우리들도 그 모습에 자극 받아서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이 말을 듣고 내 자신이 퍽 자랑스러웠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남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수영을 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 즐거움의 배경에는 아마 들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배울 수 있다는 행복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다. 도전의 뒤에는 또 다른 도전이 있고, 그 도전을 달성했을 때의 기쁨은 배가 됐다.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라 누군가가 말했다. 맞는 말이다. 적어도 수영을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지도자가 되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나에게 도전의 연속이었다.

이제 어떤 도전이 나에게 다가올지 기대가 된다. 늘 도전하기에 한층 더 성숙하고 발전하는 내가 된다.

여러분들에게 감히 말하고 싶다. 도전하라고. 도전하고 또 도전 하면 지금 보다 더 멋진 인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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